영국은 핵 억지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인프라, 기술, 인적 자원 전반에 걸친 대규모 투자를 포함하는 다각적인 국가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번영, 그리고 국제 안정을 위한 국가의 역할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핵 억지력은 지난 70여 년간 국가 안보의 초석으로서 국민의 삶의 가치와 방식을 지켜 왔다.”고 당시 리시 수낵(Rishi Sunak) 영국 총리는 2024년 3월 영국 국방핵기업(Defence Nuclear Enterprise, DNE)의 “국가적 노력으로서 영국의 핵 억지력 제공” 보고서 서문에서 밝히며 “이러한 억지력은 적들의 가장 심각한 침략 행위와 핵 협박으로부터 영국과 나토 동맹국들을 보호해 왔다. 우리의 억지력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 우리는 핵무장 국가들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에 따라 핵 억지력은 지난 세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영국의 핵 억지력은 수십 년에 걸친 전략 개발과 국제 협력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왔다. 영국의 핵 억지 정책은 지정학적 긴장이 극에 달했던 냉전 시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 1969년에 시작된 영국 해군의 지속적 해상 억제(Continuous-At-Sea Deterrent, CASD) 순찰은 이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트라이던트 II D5 미사일 체계를 탑재한 뱅가드급 잠수함이 수행하는 이 순찰은 상시 전투준비태세와 지속적인 억지력을 보장했다.
영국의 억지력은 작전상 독립성을 유지함으로써 그 신뢰성이 강화된다. 국방핵기업에 따르면, 나토 대응의 일환으로 배치된 경우라도 핵무기 사용 승인 권한은 총리에게만 있다. 영국은 또한 핵무기를 언제, 어떻게, 어떤 규모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의도적인 모호성 전략(deliberately ambiguous)”을 취하고 있다. 국방핵기업 보고서는 “작전용 핵 비축량과 배치된 탄두 수량을 더 이상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결정과 함께, 이러한 태세는 잠재적 침략자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어 억지 효과를 강화하며, 선제공격 우위를 노리는 세력에 의한 의도적인 핵 사용 위험이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현대 안보 환경 속에서 영국은 핵 억지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전면적인 현대화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국방핵기업은 이러한 노력의 최전선에서 첨단 기술을 통합하고, 정부, 산업계, 학계 간의 협력 체계를 육성하고 있다.
국방핵기업 보고서는 “우리는 현재 2030년대 이후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위험성과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기에 놓여 있다.”고 밝히며 “따라서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핵 억지력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하며, 필요로 하는 한 그 역량을 유지, 갱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국제 안보 환경과 잠재적 적들의 행위를 고려하여 우리의 핵 태세는 계속해서 검토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잠수함 프로그램 및 인프라 투자
잠수함 현대화 노력의 일환으로, 영국은 2030년대 초반 뱅가드급을 대체할 드레드노트 급 잠수함 개발에 착수했다. 이 잠수함은 영국 해군이 운용하는 함정 중 “가장 크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hip Submersible Ballistic Nuclear, SSBN)이 될 예정이다. 롤스로이스 서브마린즈(Rolls-Royce Submarines Ltd.)에서 설계 및 제작한 신형 원자로를 탑재할 이 잠수함의 건조와 유지보수는 조선 인프라가 뛰어난 “국가적으로 핵심적인 중요한” 지역인 배로우인퍼니스(Barrow-in-Furness)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 국방부의 핵 억지력에 관한 지침 성명에서, “미래 안보를 위한 이러한 투자는 세계 안보 상황에 따라 영국이 최소한의 신뢰성 있는 독자적 핵 억지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국제 안보 환경과 잠재적 적들의 행위를 고려하여 핵 태세를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적이 우리 또는 동맹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면 그들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을 훨씬 상회하는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독자적 핵탄두를 탑재한 핵무장 핵추진 잠수함 한 척 이상이 50년 넘게 은밀히 전 세계 해역을 순찰하고 있다. 영국 해군의 릴렌트리스(Relentless) 작전은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군사 작전이다. 이 작전은 세계 최고의 대잠전
능력을 제공하는 해상 초계기의 지원을 받으며, ‘함대 기동 호위전력(fleet-ready escort)’은 영국 영해에 접근하거나 통과하는 적 함정을 탐지, 추적, 차단할 준비를 갖추고 상시 대기 중이다. 이는 잠수함 작전 차단 시도를 억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핵탄두의 설계, 제조 및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원자력무기연구소(Atomic Weapons Establishment, AWE)는 영국의 핵 억지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기관에는 약 3,500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소속되어 있으며, 산업계, 정부, 학계 파트너와 협력해 비축된 영국 핵탄두의 안전성과 보안, 효과성을 보장하고 있다.

핵 비확산 및 군축에 대한 의지
영국은 신뢰성 있는 핵 억지력 유지를 중시하면서도,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의지를 견지하고 있다.
국방핵기업에 따르면, “영국은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견지하고 있으며, 핵확산금지조약(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NPT)의 완전한 이행을 지지”한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군축의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은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omprehensive Nuclear-Test-Ban Treaty, CTBT)의 발효를 지속적으로 지지하며, 핵확산금지조약을 중심으로 다자간 군축을 위한 주요 조치들을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잠재적 적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나토와 영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세계는 “더 안전한 세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우리의 안보는 동맹국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강화된다. 우리는 미국과 굳건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의 위상은 오랜 방위 협력 역사 속에서 유럽-대서양 안보를 강화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핵 정책, 작전, 기술을 포함한 모든 핵 관련 사안에 대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또한, 유럽 내 핵 동맹국인 프랑스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핵 억지력 문제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방핵기업은 “영국은 나토 내에서 핵 문제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구축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동맹의 핵 정책과 재래식 전력 정책 간의 일관성을 보장하고,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영국의 핵 정책은 국제 동맹국들, 특히 미국과 프랑스의 정책과 긴밀히 일치한다. 미국과 체결한 상호방위협정 및 폴라리스 판매 협정은 핵 물질, 기술, 정보에 관한 협력의 기반으로 작용한다. 영국은 랭커스터 하우스 조약(Lancaster House Treaties)과 테우타테스 조약(Teutates Treaty)을 통해 프랑스와 협력함으로써 핵 역량과 전문성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국방핵기업은 “국제 파트너국들과의 협력은 우리의 핵 안보 보장 능력을 뒷받침한다. 우리의 책임은 미국, 프랑스, 호주와의 공동 프로그램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나토와의 핵 억지 공약은 핵 안보 및 비확산에 관한 우리의 국제적 약속과 함께 이행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합의와 의무는 우리 국가의 안보를 확실시함과 동시에, 동맹국의 안보와 협력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안보와 혁신
2021년에 발표된 영국의 핵탄두 교체 프로그램은 실효성 있는 핵 억지력 유지에 대한 영국의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영국 원자력무기연구소의 과학, 공학, 제조 및 생산 분야의 최신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핵탄두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탄두는 미국의 W93/Mk7 탄두와 병행해 개발 중이며, 양국은 각각 자국 주권에 기반한 독자적인 설계를 추진 중이다.

국방핵기업은 “이 탄두는 지하 핵실험을 더 이상 실시하지 않는 시대에 개발되는 영국 최초의 핵탄두로, 핵무기 실험 폭발에 대한 우리의 자발적 모라토리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개발은 영국 원자력무기연구소에서 축적된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슈퍼컴퓨팅, 재료 과학, 충격 및 레이저 물리학 분야의 오랜 기술 전문성과 막대한 투자 덕분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수천 명의 인력이 군, 공공 부문 및 산업계 전반에 걸쳐 능력을 제공하고 위협을 억제하며 국가를 보호한다는 공동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억지력을 필요한 기간 동안 유지하기 위해 영국은 다음과 같은 약속을 천명했다.
- 2030년 초반에 첫 순찰 임무에 투입될 예정인 드레드노트급 SSBN 건조에 약 56조 848억 원(390억 미국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
- 기존 핵탄두 비축량을 유지하면서, 영국의 독자적인 차세대 핵탄두를 개발한다.
- 미래 함대 운용과 무기 수요에 대비해 해군 기지와 제조 공정을 현대화하고, 인프라 핵심 요소에 재투자한다.
- 재래식 무장을 갖춘 핵추진 아스튜트(Astute)급 잠수함 전력을 마무리하고, 차세대 공격 잠수함 설계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 영국의 에너지 안보 계획을 지원하는 투자와 병행해, 핵 기술에 투자하여 장기적으로 핵 발전 역량을 강화한다.
- 업계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미래를 대비한 공급망 보호에 나선다.
- 영국 내 핵잠수함 건조의 본거지인 배로우인퍼니스를 국가 안보의 핵심 지역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이들 사업은 지금까지 추진된 것을 가장 규모가 크고 복잡한 프로그램들로, 첨단 기술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엔지니어링 및 제조 분야 전문 역량이 요구된다,”고 국방핵기업은 밝혔다.
핵심 역할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Hudson Institute)의 라이언 툴리(Ryan Tully) 핵 억지· 미사일 방어· 우주 정책 및 유럽 안보 담당 선임 연구원은 미국을 제외하고 나토의 핵 억지력에 기여한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며, 이는 나토 동맹 내 영국의 “필수 불가결한 역할”과 글로벌 핵 억지력에서의 독자적 위상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영국은 미국이 주요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영국의 강력한 핵 태세는 다시 부상하는 강대국 경쟁 시대에 전략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러시아의 공격적 행위가 계속되고 중국의 핵전력이 빠르게 확장하는 상황에서, 서방 핵전력이 지니는 억지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의 핵전력은 미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확장된 억지 체계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툴리 연구원은 영국 소재 국방, 안보 및 국제 문제 전문 연구 기관인 왕립합동국방안보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for Defence and Security Studies)의 2024년 9월 논평에서 말했다. 그는 이어 “위험 요소는 크고, 전 세계는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신임 총리의 핵 현대화 구상을 실질적인 조치와 자원 투입로 전환함으로써 향후 수십 년 동안 서방 억지력의 지속성과 대서양 횡단 동맹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