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2024년 2월 “중대한 국가 안보 위협”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위원회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이후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핵탄두를 탑재한 대위성(anti-satellite) 무기, 즉 우주 기반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 가능성을 “안정을 저해하는 외국의 군사 능력”이라고 규정하면서도, 해당 위협이 임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중의 우려를 진정시키려 했다. 러시아가 해당 무기를 배치하거나 시험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 내 의원들과 유럽의 동맹국들에 관련 내용을 설명했고, 이에 대해 러시아는 해당 주장들을 부인했다.

2024년 4월, 러시아는 일본과 미국이 공동 발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해당 결의안은 우주조약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각국이 우주 기반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지 않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다음 달, 러시아는 코스모스 2576(Cosmos 2576) 위성을 궤도면에 발사했으며, 미국 당국은 이 궤도면이 미국 정부 위성을 관측하고 잠재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위치라고 평가했다. 미국 관계자들은 비록 핵무기는 아니지만 이 위성이 미국의 우주 역량을 무력화하거나 파괴하기 위해 설계된 대우주전 무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해당 위성이 발사된 며칠 후, 러시아는 모든 형태의 우주 무기를 금지하는 자체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해당 결의안은 부결되었다. 일부 서방 국가들은 우주 무기 금지 조치를 검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결의안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엔 주재 미국 부상임대표였던 로버트 우드(Robert Wood) 미국 대사는 이러한 러시아의 행동을 “외교적 가스라이팅(diplomatic gaslighting)”이라고 비판했다.

우드 대사는 표결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가 핵 장비를 탑재한 신형 위성 개발로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다른 데로 돌리려 하기 때문에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발언했다. 덧붙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는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할 의도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 말이 사실이었다면, 러시아는 해당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이는 해당 무기는 지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고도 약 100~2,000킬로미터의 저지구궤도(Low Earth Orbit, LEO)에 위치한 위성을 겨냥한 것이라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핵 억지력 관련 국가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통신

새로운 전쟁 영역

2019년 나토는 우주를 작전 영역으로 공식 지정하고, ‘나토 우주 정책’을 채택했다. 이는 핵 억지 등을 포함한 위기와 분쟁 상황에서 우주가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동맹국들의 이해를 제고할 필요성을 인식한 조치였다. 같은 해, 러시아는 전문가들이 무기로 간주할 수 있다고 평가한 위성들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한 차례 발사에서는 이른바 ‘마트료시카 인형’ 방식으로 큰 위성이 더 작은 위성을 방출하여, 두 위성이 미국 국가정찰국(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 NRO) 소속 위성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수개월 후, 미국 관계자들은 해당 소형 위성이 또 다른 물체를 방출했고, 이는 고속 발사체를 사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미국 우주사령부에 따르면, 2021년 11월 러시아는 소련 시절 제작된 자국의 폐기 위성을 표적으로 직접 상승형 대위성(Direct Ascent Anti-Satellite, DA-ASAT)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여 파괴했고, 이로 인해 1,500개 이상의 파편이 발생했으며 이 파편은 수십 년간 궤도에 남을 수 있다.

당시 미국 우주사령부 사령관 제임스 디킨슨(James Dickinson) 예비역 육군 대장은 “러시아는 전 세계 모든 국가를 위한 우주 영역의 안보, 안정성,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DA-ASAT 시험으로 발생한 파편은 향후 수년간 우주 활동에 지속적인 위협이 될 것이며, 위성과 임무 수행을 위험에 빠뜨리고, 충돌 회피 기동을 증가시킬 것이다. 우주 활동은 우리의 삶의 기반을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행동은 명백히 무책임한 행위이다.”라고 덧붙였다.

디킨슨 대장은 러시아가 타국의 우주 접근 및 활용을 차단할 수 있는 역량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모스크바의 핵 우주무기 개발의 핵심 목표로 보인다.

재래식 대(對)우주 무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한 국가의 우주 활용을 방해할 수 있다. 일부 무기는 무선 주파수 신호를 사용해 위성 통신을 방해하는 ‘재밍(jamming)’ 기술을 활용한다. 고출력 마이크로파 무기는 위성의 전자 장비를 교란하거나 파괴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고출력 레이저는 위성의 광학 장비나 태양광 패널과 같은 핵심 부품을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 사이버 공격은 데이터를 가로채거나 변조하며, 시스템 통제권을 탈취하는 데 이용될 수 있고, 운동에너지를 이용한 공격은 물리적 자산을 손상시키거나 파괴할 수 있다.

무기 전문가들은 지구 저궤도에서 발생한 핵 공격은 단일 국가를 넘어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1963년 10월 7일, 대기권·우주·수중에서의 핵무기 실험 폭발을 금지하는 제한적 핵실험 금지 조약에 서명했다. AP 통신

우주, 핵무기의 새로운 전장이 될 것인가

1962년 7월, 미국 원자력위원회는 토르(Thor) 로켓에 열핵탄두를 탑재해 태평양 상공 400킬로미터 지점에서 준궤도 핵폭발을 유도했다. ‘스타피시 프라임(Starfish Prime)’으로 명명된 이 실험은 대기권 핵실험 시리즈인 도미닉 작전(Operation Dominic)의 일환으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약 100배 위력인 1.45메가톤(Mt)급 수소폭탄이 사용되었다. 이 폭발은
1958년부터 1962년까지 미국과 소련이 진행한 수십 차례 핵 실험 중 하나였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탄두가 사용된 사례였다. 스타피시 프라임 실험의 주요 목적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탐지 및 요격 가능성 평가, 지휘·통제 체계에 대한 방사선 영향 분석 등 여러 가지였다. 과학자들은 이와 더불어 추가적인 평가 지표를 설정했다. 1958년 발견된 지구를 둘러싼 두 개의 방사선대인 밴 앨런 복사대(Van Allen Belts)를 핵탄두가 파괴하거나 교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목적이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해당 복사대의 방사선이 우주 탐사를 저해하거나 적국을 공격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발사 13분 후 일어난 폭발은 과학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전자기 펄스를 발생시켰고, 1,600킬로미터 떨어진 하와이의 전력과 통신망을 마비시켰다. 발사 지점에서 3,2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피지 제도에서도 강렬한 오로라 현상이 관측되었고, 폭발로 인해 궤도에 있던 여러 인공위성이 손상되거나 파괴되었다. 이에 더해, 과학자들은 이번 핵폭발이 밴 앨런 복사대를 교란하기는커녕 오히려 방사선량을 증가시켰음을 확인했다.

스타피시 프라임과 기타 궤도 핵실험에서 발생한 낙진은 핵무기 개발을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였다. 1963년
8월, 미국과 소련은 대기권, 우주, 수중에서의 핵무기 실험을 금지하는 제한적 핵실험 금지 조약(Limited Test Ban Treaty)에 서명했고, 1967년 양국은 우주에 핵무기 및 기타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WMD)를 배치하거나 천체에서 군사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우주공간 조약(Outer Space Treaty)에 서명했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Center for Astrophysics | Harvard & Smithsonian)의 조나단 맥도웰(Jonathan McDowell) 박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지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피시 프라임은 우리가 왜 우주에서의 핵 폭발을 경계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존 플럼(John F. Plumb) 전 미국 국방부 우주 정책 담당 차관보는 2024년 5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가 러시아를 저지하지 못할 경우 궁극적으로 러시아가 핵무기를 우주에서 실제로 운용하게 되는 상황이며, 이는 무차별적 파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하며 이어 “이러한 능력은 전 세계 국가 및 기업이 운용하는 모든 위성뿐 아니라,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통신, 과학, 기상, 농업, 상업 및 국가 안보 서비스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62년 7월 스타피시 프라임 실험으로 발생한 오로라가 남태평양 존스턴섬 발사 지점으로부터 3,200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빛났다.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위성이 가장 많이 배치된 저지구궤도에서 핵 공격이 발생할 경우, 약 10,000기에 달하는 위성이 파괴되어 군사, 상업, 민간 부문의 통신, 내비게이션 및 기타 핵심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위성 기술에 의존하는 모든 국가는 이러한 공격의 영향을 받게 된다. 전력망이 붕괴되고, 휴대전화 및 기타 통신 수단이 작동을 멈추고, 항공 및 지상 교통은 완전히 마비될 수 있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는 민간 재단 ‘시큐어 월드 재단(Secure World Foundation)’의 빅토리아 샘슨(Victoria Samson)과 세스 월튼(Seth Walton)은 2024년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표면 30킬로미터 이상 고도에서 발생한 핵폭발에 따른 고고도 전자기 펄스(High-altitude ElectroMagnetic Pulse, HEMP)는 즉각적이며 장기적인 영향을 모두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고도 전자기 펄스의 즉각적인 효과로는 X선, 감마선, 자외선 광자의 노출이 있으며, 이러한 효과는 폭발 즉시 발생하여 폭발 지점과 가시선상에 위치한 위성에 손상을 유발한다. 태양전지에 적용된 보호 코팅이 손상되거나 파괴되어, 위성이 부분적 또는 전면적으로 전력 생산력을 상실할 수 있다. 우주선 내부 회로에 탑재된 반도체 역시 손상되어, ‘래치업(latch-up)’으로 불리는 단락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부품이 타버리거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해 가시선상에 있는 상당수의 위성은 심각하게 손상되거나 완전히 무력화될 수 있다.

고고도 전자기 펄스의 지속적인 영향은 지구 자기장에 포획된 이온화 입자에 의한 방사선 노출이다. 고고도 전자기 펄스 폭발은 다량의 전하 입자를 우주로 방출하며, 이 입자는 지구 자기장에 포획되어 밴 앨런 복사대의 방사선 수치를 장기간에 걸쳐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포획된 입자는 결국 확산되어, 정지궤도 (고도 약 36,000킬로미터)에서는 약 30일, 저지구궤도의 경우 최대 300일이소요된다.

우주에서의 핵 공격은 대규모 파편 구역을 형성하며,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우주 내 자산이 위험에 노출된다.

2024년 4월,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기지의 37번 발사단지에서 델타 IV 헤비(Delta IV Heavy) 로켓이 미 국가정찰국(NRO)의 NROL-70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발사됐다. 디애나 무라노(DeAnna Murano)/미국 우주군

무력 시위

우주 기반 핵무기 구축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보여준 최근 행보 중 하나로, 핵이라는 검을 휘두르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6월,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전술 핵무기 훈련을 실시했다. 같은 달, 푸틴 대통령은 현재는 폐기된 중거리핵전력 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에서 금지되었던 지상 기반 중거리 미사일의 생산 재개를 촉구하였다. 2024년 9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 정책을 개정하여 핵무기 사용에 대한 문턱을 낮추었다. 다음 달, 러시아는 자국의 핵전력을 동원한 대규모 훈련을 실시했으며, 여기에는 보복 타격을 시뮬레이션한 미사일 발사도 포함되었다.

조지워싱턴대학교(George Washington University) 국제문제학과의 샤론 스콰소니(Sharon Squassoni) 교수는
“우주 기반 핵무기 개발은 우주공간조약 위반에 해당하지만, 실제로 러시아나 다른 국가가 핵무기를 제조할 경우 어떤 결과가 따를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스콰소니 교수는 스페이스닷컴(Space.com)과의 인터뷰에서 “조약 위반에 대한 명시적인 제재 조항은 없지만, 각국이 이에 대해 독자적으로 제재를 가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또 다른 복잡한 문제는 러시아가 실제로 해당 무기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해당 무기의 기능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가 만약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러시아에 대한 대응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를 공유할 의향이 있는가? 이 또한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2024년 4월, 로버트 우드 당시 미국 부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열린 핵무기 비확산 회의에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AP 통신

그녀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현시점에서는 무기 증강의 투명성 관련 조치를 모두 거부할 우려가 높다.”고 전망했다.

존 플럼 전 차관보는 스페이스뉴스(SpaceNews)지와의 인터뷰에서 “재래식 군사력이 약한 국가일수록 핵무기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자국의 재래식 전력을 대부분 소모하고 있다.”면서
“우주 기반 핵 공격으로 발생하는 방사선에 대해 모든 미국 위성을 방호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국 국방부 및 기타 정부 기관들은 궤도상 핵폭발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추가 연구 및 모델링을 진행하고, 군사 시스템의 회복력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AP통신에 따르면, 2024년 2월 브리핑에서 당시 국방부 대변인 팻 라이더(Pat Ryder) 소장은 “급변하는 우주 위협이 미국 우주군 창설의 핵심 동력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2019년 창설 이후, 미국 우주군은 ‘가디언(Guardian)’으로 불리는 대원들을 대상으로, 우주 위협 탐지 및 우주 분쟁 시나리오에 대한 교육 훈련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다.

우주군 창설은 위성 시스템 및 방어 역량에 대한 예산 지출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AEI) 소속의 존 페라리(John Ferrari)비상근 선임연구원은 AP통신을 통해 이전에는 우주 분야 예산이 타 군종에 분산되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위성 개발 예산은 함정이나 전투기와 경쟁해야 했으며, 각 군은 즉각적인 전력 수요에 우선순위를 두는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해야 할 과제가 많으며, 러시아가 우주 배치용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폭로는 미국 의회와 국방부에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핵무기로 위성을 제거하고 미국 경제를 마비시킨다면, 미국이 그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 도시를 폭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현실적으로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고 페라리 연구원은 설명하며 “이제 문제는 ‘이에 대한 억지 이론이 무엇인가’이다.”라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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