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에서 발생한 수차례의 방해 행위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과 여타 유럽 국가들은 해저 케이블과 기타 인프라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2025년 1월,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발트해 지역의 해저 케이블 보호를 목표로 한 새로운 임무인 ‘발틱 센트리(Baltic Sentry)’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발틱 센트리는 호위함, 해상 초계기, 해군 드론을 투입해 강화된 감시 체계와 억제력을 제공할 계획이라고AP 통신은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마크 루테(Mark Rutte)는 “사이버 공격, 암살 시도, 발트해 해저 케이블 파괴 가능성을 포함한 방해행위를 통해 동맹 전역에서 우리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캠페인의 징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핀란드 교통통신국 트라피콤(Traficom)은 2024년 12월, 핀란드와 인근 국가를 연결하는 전력 및 통신 케이블 여러 개가 손상된 것을 발견했다. 핀란드 당국은 핀란드만 해저에 96.5km 길이의 항적을 남기며, 에스트링크 2 전력 케이블을 손상시킨 것으로 의심되는 러시아 소속 선박을 나포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글 S(Eagle S) 유조선은 남태평양의 쿡 제도에 등록된 선박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집트 포트사이드로 항해 중이었다. 로이터(Reuters)가 마린 트래픽(MarineTraffic) 선박 추적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이 유조선은 크리스마스 아침, 핀란드가 정전이 발생했다고 발표한 동시에 에스토니아와 핀란드를 연결하는 에스트링크 2(Estlink 2) 케이블 위를 통과했다.
핀란드 정부는 소유권이 불확실한 이 선박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석유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운영되는 러시아의’그림자 함대’에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리사 파코스타(Liisa Pakosta) 에스토니아 법무부 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배가 해저에 닻을 내리고 긴 거리를 이동하면 결코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파코스타 장관은 수중 인프라의 손상을 막을 수 있도록 수백 년 된 해양법을 개정해야 할 때라고 언급하며, “현재 발트해에서 여러 차례 연속으로 정박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단순히 우연으로 볼 수만은 없다. 이러한 조사가 더욱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국제법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케이블 파열은 보통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러 유럽 국가 정부는 2022년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의적인 방해 행위 패턴으로 추정되는 여러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AP 통신은 2023년 이후 발트해 지역 내 케이블 10개가 손상되어 에스토니아, 핀란드, 독일, 리투아니아, 스웨덴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2024년 11월, 덴마크, 핀란드, 독일, 스웨덴 관계자들은 중국 벌크선이 러시아 항구를 떠난 이후 발트해 지역 내 해저 광섬유 케이블 2개가 절단된 사건과 관련해 해당 벌크선을 조사한 바 있다. 2023년 10월, 핀란드 조사관들은 중국 컨테이너선이 닻을 끄는바람에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연결하는 해저 가스 파이프라인이 절단되었다고 밝혔다.
더힐(The Hill)에 따르면, 카자 칼라스(Kaja Kallas) 유럽연합 외교정책 책임자는 독일 신문 디벨트(Die Welt)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발트해에서 발생한 방해 행위 시도는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디지털 및 에너지 인프라를 손상시키려는 고의적인 패턴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발트해에서의 군사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동맹국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을 개선하고자 북대서양조약기구 해상사령부 내에 핵심 해저 인프라 보안을 위한 해상센터(Maritime Centre for the Security of Critical Undersea Infrastructure)를 설립했다. 센터의 중대 해저 인프라 네트워크(Critical Undersea Infrastructure Network)는 2024년 5월 첫 회의를 가졌고, 정부 및 산업 관계자들이 모여 해상 드론, 센서, 인공 지능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해 안보를 강화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2024년 9월, 미국은 40여 개국과 함께 해저 케이블 및 관련 인프라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원칙에 합의했다. 이 원칙에는 공급자 선정의 투명성, 케이블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경로 계획, 그리고 국내 및 국제법 준수 등이 포함된다.
AP 통신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신규 회원국인 스웨덴은 관련 노력의 일환으로 이번 작전에 최대 3척의 군함과 1대의 정찰기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스웨덴 해안경비대는 발트해를 감시하기 위해 4척의 함선을 투입하고, 추가로 7척의 선박을 대기시킬 예정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전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참석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해저 인프라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됨에 따라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동맹국의 독자적인 군사 능력, 방대한 정보 네트워크, 그리고 작전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이 주도하는 10개국 연합은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를 추적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노르딕 워든(Nordic Warden) 작전은 실시간으로 선박을 추적하는 자동 식별 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출처로부터 데이터를 집계하고 평가하며, 잠재적 위협 요소를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과 파트너국에 전달한다.
존 힐리(John Healey) 영국 국방부 장관은 보도 자료에서 “노르딕 워든 작전은 고의적인 방해 행위와 수중 케이블에 손상을 입히는 극단적인 과실 행위로부터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밝히며, “인공지능의 힘을 활용해 영국이 주도하는 이시스템은 비교적 적은 자원으로 넓은 해역을 전례 없이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하며, 이는 자국의 안전을 유지하고 해외에서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